새해에도 죽기살기로 온몸으로 달리고자 겨울비 내리는 촉촉한 아침이다. 오늘은 올해 마지막날이다. 마치 삶의 끝자락을 보는 것 같다. 마치 절망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우중충한 날씨에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비까지 뿌리고 있다. 죽음의 침상에 누워 있는 자는 어떤 생각이 들까? 오늘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오늘 올해의 끝자락이고 일요일 아침임에도 아파트를 박차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계속 되고 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한결 같다. 토요일이라고 해서 일요일이라고 해서 쉬고 공휴일이라서 쉬지 않는다. 오늘 올해의 마지막날 평소와 다름 없이 샤워를 하고 아침에 먹을 것을 준비했다. 옷을 두껍게 입었다. 방한복을 입었다. 모자가 달린 방한복이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