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385

자아를 죽여버리려면, 재가안거 25일차

자아를 죽여버리려면, 재가안거 25일차 오늘 좌선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막판에 배의 부품과 꺼짐을 분명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증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좌선시간을 한시간으로 바꾸었다. 한시간이 너무 길고 지루하여 30분씩 두 번으로 바꾸어서 이틀간 시행해 봤었다. 그러나 반시간은 너무 짧았다. 집중하려 하면 알람이 울리는 것이었다. 이에 오늘은 다시 한시간으로 복귀했다. 어제 글에서 좌선에 대하여 폄하하는 글을 올렸다. 경 외우기에 비한다면 좌선은 거지먹기 또는 날로먹기와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한시간 좌선을 해보니 경솔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시간은 몰라도 한시간 앉아 있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하루일과 중에서 오전은 수행으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이 되어서 ..

수행기 2023.08.24

좌선이 힘들다고 하지만, 재가안거 24일차

좌선이 힘들다고 하지만, 재가안거 24일차 좀처럼 수행의 진척이 없다. 어제와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 해태와 혼침으로 보낸 두 번의 좌선이 되었다. 재가안거 24일차이다. 매일 새벽 일어날 때 오늘 아침 좌선을 염두에 둔다. 모든 포커스는 좌선에 있다. 아침에 샤워를 하는 것도, 아침에 뉴스나 인터넷을 보지 않는 것도, 아침에 적당이 먹는 것도 좌선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수행은 대단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 엄청난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앉아 있을 수 없다. 한시간 앉아 있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결심이 없다면 5분 앉아 있기도 힘들 것이다. 좌선이 힘들다 하지만 외우기보다 더 힘들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아마 경 외우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외우기에 비하면 글쓰기는..

수행기 2023.08.23

이론만 아는 수행거지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재가안거 23일차

이론만 아는 수행거지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재가안거 23일차 이론만 하는 수행거지, 이 말이 비수처럼 마음에 꼽힌다. 수행거지라는 말에 마음이 걸린다.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내가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나는 예전에 수행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본래 이쪽 계통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 길로 들어 오게 되었다. 직장생활하다 퇴출되어서 더 이상 직장을 잡지 못했을 때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무한정 남았다. 일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때 시간부자가 되었다.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것이나 한편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갔다. 2006년부터 글을 썼으니 이런 세월 산 것이 17년되었다. 주로 불교에 대한 글을 썼다. 그래서 스스로 ..

수행기 2023.08.22

귀를 틀어 막고자 했으나, 재가안거 22일차

귀를 틀어 막고자 했으나, 재가안거 22일차 재가안거 22일째이다. 마음이 청정한 상태에서 이 글을 쓴다. 좌선이 끝나자마자 쓰는 글이기 때문에 정신은 다른 것에 오염되지 않았다. 커피 한잔을 마신다. 오랜만에 절구커피를 만들어 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커피이다. 손수 절구질 하여 만든 커피이다. 커피를 음미하면서 자판을 두드린다. 오늘은 8월 21일 월요일이다. 일주일이 시작 되는 아침이다. 9시가 되면 업체 담담들은 출근할 것이다. 아직 메일을 열어 보지 않았다. 이 후기를 쓰고 난 다음 열어 보아도 늦지 않다. 명상을 하려면 주변정리가 되어야 한다. 명상에 방해 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TV도 보지 말고 인터넷 뉴스도 보지 말아야 한다. 유튜브도 보지 말아야 하고 페이스북과 ..

수행기 2023.08.21

절에서 명상하니 저절로, 재가안거 20일차

절에서 명상하니 저절로, 재가안거 20일차 절에 가면 저절로 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아침좌선이 대체로 잘 되었다. 막판에 눈 앞이 훤해졌기 때문이다. 테라와다 재가안거 20일째이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등명낙가사에서 명상했다. 약사전에서 한 것이다. 어제 대웅전에서 30분 앉아 있었다. 시계 초침소리때문에 집중이 어려웠다. 오늘은 시계가 있는 법당을 피하고자 했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약사전이다. 임해자연휴양림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2박 3일 일정이다. 연박이다. 매일 옮기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하루밤 머물고 떠난다면 낮 12시까지는 비워주어야 한다. 청소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후 3시에 새로운 손님을 받는다. 그러나 연박하면 비워줄 염려는 없다. 여행지에서도 안거는 계속되어야 한다..

수행기 2023.08.20

등명낙가사에서 정신과 물질을 새기며, 재가안거 19일차

등명낙가사에서 정신과 물질을 새기며, 재가안거 19일차 등명낙가사, 오래만에 듣는 절 이름이다. 언젠가 와 봤었다. 아마 2000년대 말 순례법회 때 왔었을 것이다. 기록을 찾아 보았다.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잘 검색되지 않는다. 블로그가 티스토리로 이동되고 난 후에 블로그내 검색이 크게 약화 되었다. 블로그 시스템이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퇴보하는 것 같다. 블로그에 들어가서 카테고리로 확인해 보고자 했다. 국내성지순례 카테고리에서 과거 쓴 글을 찾아 내고자 한 것이다. 카테고리에는 200개가 넘는 글이 있다. 국내 사찰 순례한 것을 모아 놓은 것이다. 마침내 수작업으로 찾았다. 2007년에 쓴 글이다. 글 제목은 '등명낙가사(燈明洛伽寺), 바다와 하늘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량'(2007-1..

수행기 2023.08.20

시간에 쫓기듯이 앉아 있다 보니, 재가안거 21일차

시간에 쫓기듯이 앉아 있다 보니, 재가안거 21일차 평온한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 아침에는 새벽부터 서둘렀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명상준비를 했다. 집에서 방에서 할 수 있으나 환경이 좋지 않다. 가능하면 사무실 명상공간에 가서 하고자 했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의 사대의무가 있는데 그 중에 근로의 의무도 있다. 아직 근로의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인사업자, 개인사업자, 자영업자이긴 하지만 생계유지의 의무는 있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 중에는 글쓰기도 있다. 매일 한 개 이상 글을 쓰는 것이다. 그것도 의미와 형식을 갖춘 글이다. 그것도 경전을 근거로 하는 글이다. 글을 써서 공유하고자 한다. 인터넷에 올려 놓는 이유이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 중에는 모임에 참석하기도 있다. ..

수행기 2023.08.20

왜 정신과 물질을 새기라고 했을까? 재가안거 18일차

왜 정신과 물질을 새기라고 했을까? 재가안거 18일차 지금 이 마음은 지극히 평온하다. 아침 햇살이 창의 블라인드에 빛난다. 사무실 초목은 싱싱해서 위로 솟구쳐 있다. 수행기를 작성하는 자판에 탄력이 붙는다. 지금 시각은 오전 8시 46분이다. 재가안거 18일째이다. 매일 신기록을 새우고 있다. 일생일대에 있어서 이런 날은 없었다. 매일 한시간 좌선을 하며 후기를 작성하던 날은 없었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테라와다 안거가 끝날때까지 가는 거다. 오늘 아침 한시간 좌선을 마쳤다. 대체로 만족한다. 어느 정도 집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행선을 했기 때문이다. 막바로 앉기 보다 행선을 하면 좌선에 도움을 준다. 육단계 행선을 했다. 발을 떼고, 들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누르는 육단계 행선이다. 발을..

수행기 2023.08.17

누가 가고 누가 서는가? 재가안거 17일차

누가 가고 누가 서는가? 재가안거 17일차 소리에 민감한 것 같다. 좌선 중에 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 잠시 좌선을 중단하고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섰다. 예상대로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였다. 사무실에 소형냉장고가 하나 있다. 두 세달 전에 당근마켓에서 5만원 주고 산 것이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왔을 때 김치 등을 보관할 냉장고가 필요했다. 사무실 16년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냉장고 전원을 차단하면 냉장고에서 돌아가는 모터소리가 차단된다. 멀티 콘센트에서 코드를 제거했다. 그러나 번거로웠다. 멀티콘센트에 있는 스위치를 활용하니 편리했다. 한시간 후에 켜 놓으면 된다. 소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이번에는 저음의 기계음이 났다.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다. 마치 호흡의 주기와 비슷하다. 저주파수의 미..

수행기 2023.08.16

나는 오늘도 달린다, 재가안거 16일차

나는 오늘도 달린다, 재가안거 16일차 오토바이로 인도여행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인도북부를 서에서 동으로 횡단했다. 인도 동쪽 끝 아삼주까지 갔다. 미얀마로 넘어 가려 했으나 가지 못했다. 그는 다시 방향을 서쪽으로 틀었다. 이번에는 2천키로를 달려서 다람살라까지 가고자 한다. 오토바이 여행자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 목적지도 없고 계획도 없다.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내키는 대로 여행한다. 마치 방랑자처럼 이 대륙 저 대륙을 다닌다. 이런 삶이 한편으로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좌선하는 것에 대하여 달리는 것으로 보았다. 오토바이 여행자가 오토바이 하나에 의지해서 달리는 것처럼 좌선행자는 호흡에 의지하여 새김의 끈을 놓지 않고 달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적지는 어디인가? 매일 행선..

수행기 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