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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띠가 확립되면

한번 사띠가 확립되면 지금 시각 오후 7시 4분, 하루일과가 끝났다. 오늘 한 일은 없다. 일감이 없어서 한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일을 했다. 글을 아침에 하나 썼고, 오후에는 좌선을 했다. 일터에 가만 앉아 있으면 할 일이 없다. 유튜브 보는 것 외 할 일이 없다. 유튜브에 빠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월을 유튜브 보는 것으로 보낼 수 없다. 나는 수행자 아닌가? 오전에 좌선을 한번 했다. 오래 하지 못했다. 고작 27분 했다.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집중은 사띠가 확립되는지에 달려 있다. 사띠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온갖 번뇌망상이 일어난다. 좌선을 할 때 비장한 각오로 임한다.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임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

수행기 2023.07.05

제철음식은 제때에 먹어야, 해남의 명품 밤호박을 접하고

제철음식은 제때에 먹어야, 해남의 명품 밤호박을 접하고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아지트로 달려 간다. 요즘 같이 날이 훤한 날은 여섯 시 이전에 출발한다. 아침은 일터에서 먹는다. 사무실에는 샌드위치와 치즈가 있다. 집에서는 계란 하나 삶은 것 가져 간다. 일터에 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박스를 하나 발견했다. 택배 박스이다. 아파트의 경우 문 앞에 놓고 간다. 순간 직감 했다. 해남에서 올라 온 밤호박인 것을 인지하는데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며칠전에 친구 처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해마다 이맘때쯤 연례행사처럼 주고 받는 카톡이다. 그것은 밤호박에 대한 것이다. 밤호박이 출하 되어서 알리는 것이다. 해마다 밤호박 홍보를 하고 있다. 해남으로 귀촌하여 농사 짓고 있는 친구의 특산품을 알리는 것이다. 7..

의혈 2023.07.05

최후의 시민군 김상집 선생의 ‘한없이 또렷한 기억전’을 보고

최후의 시민군 김상집 선생의 ‘한없이 또렷한 기억전’을 보고 최후의 파르티잔이라는 말이 있다. 작가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 나오는 단락 명칭이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죽거나 붙잡힌 자들의 이야기는 이후 다큐나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태의 남부군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태의 남부군을 읽은 것은 80년대 후반인 것 같다. 그때 당시 처음 출간되었을 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 나오는 최후의 파르티잔은 이태의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최후의 파르티잔은 이념 투쟁의 허무함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인 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십대 때 읽은 이태의 남부군은 계속 가슴에 남았다. 어쩌면 이 시대는 최후의 파르티잔을 요구하고 있을지 모른다...

진흙속의연꽃 2023.07.04

이불재 사립문을 밀치니

이불재 사립문을 밀치니 나에게 지금 세 권의 책이 있다. 정찬주 작가의 아소까대왕이다. 올해 나온 장편 대하소설이다. 어떻게 인도의 왕에 대한 전기적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7월 1일 새벽에 집을 나섰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세수를 하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때가 4시 22분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막힐 수 있다. 최대한 일찍 떠나기로 했다. 네비 목적지는 전남 화순 쌍봉사이다. 네비에는 358키로 3시간 48분이 찍혔다. 실질적인 목적지는 이불재이다. 정찬주 작가가 사는 집이다. 차는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서해안고속도로는 피했다. 지난달 천장사 갈 때 서해대교 전까지 무려 4시간 걸린 기억이 있다. 토요일 오전 6시에 출발 했음에도 거의 서 있다시피 했다. 이번에는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

고향 빈집에 가면

고향 빈집에 가면 제사는 정성으로 지내는 것이라 한다.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허례허식을 배격하는 말이다. 억대의 제사도 지극한 마음에 미치지 못한다. 일년에 한번 고향을 찾는다. 조부모 제사가 있는 날이다. 조부는 어떤 분인지 모른다.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 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 많은 사촌형님은 기억에 선명할 것이다. 제사음식은 주문한다. 빈집에서 준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주문하면 갖가지 음식이 온다. 밥만 빼고 다 온다고 보면 된다. 이럴 때 '제사는 마음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다. 제사에는 내면의 제사도 있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내면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이 그랬다. 호흡도 일종의 내면의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 들숨은 제사상을 차리는..

진흙속의연꽃 2023.07.03

함평천지에 날이 밝으니

함평천지에 날이 밝으니 함평천지에 날이 밝았다. 새벽에 날이 새는 것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스름한 여명이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극적으로 바뀌었다. 천지가 개벽된 것이다. 누님 집 마을에는 교회가 있다. 언덕 위 높은 곳에 있다. 개활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첨탑은 높이 솟아 있다. 동네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촌 큰누님은 교회 다닌다. 매형 돌아가시고 홀로 된지 오륙년 되었다. 교회가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노인들만 남아 있는 시골에서 갈 곳은 교회밖에 없는 것 같다. 누님은 세례 받았다. 그런데 시골교회 목사는 “세례 받았어요?”라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자신이 세례 주고서 물어 본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잘 몰라서 그렇게 말 했을 것이다. 누님에게 물어 보..

진흙속의연꽃 2023.07.03

향토의 석양

향토의 석양 지금시각 3시 54분, 고향의 새벽이다. 고요함이 흐른다. 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새소리,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적멸이다. 바닥은 땅과 맞닿아 있다. 이렇게 대지와 가깝게 누워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다. 붕 떠서 산지 오래 되었다. 15층에서 누워 있는 것과 그라운드층에서 누워 있는 것은 다르다. 이제 30여분이 지나면 여명이 시작될 것이다. 어제 넘어간 해가 다시 떠 오를 것이다. 수없이 반복된 것이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도 있었다. 내가 가고 나서도 반복될 것이다. 여기는 함평이다. 사촌 누님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있다. 거실에는 선풍기도 에어콘도 없다. 열대야 없는 밤이다. 방에서는 나이 든 사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대지에는 땅의 기운이 있다. 땅에는 자기가 있..

진흙속의연꽃 2023.07.03

마음은 영원한 청년인데

마음은 영원한 청년인데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어제 만보이상 걸었다. 10키로에 13,000보 정도 되는 것 같다. 시간은 2시간 반가량 된다. 이렇게 걸었으니 죽지 않는 것이 될까? 요즘 만보는 기본이다. 왜 그런가? 차를 타고 다니지 않고 걸어 다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일터까지 1.5키로 걸린다. 오늘 만보기로 재보니 2천보가 된다. 점심 때 밥 먹으로 집에 가기 때문에 하루에 네 번 1.5키로를 걷는다. 하루에 기본으로 8천보를 걷는다. 만보를 채우려면 명학공원 산책을 하면 된다. 일을 끝내면 보상심리가 발동된다. 이때 산책을 한다. 일터를 나서 만안구청을 거쳐서 명학공원에 이른다. 명학역 부근에서 가장 큰 공원이다. 옛날 동물검역소가 있던 자리이다. 그래서일까 공원에는 축혼비..

담마의 거울 2023.06.29

수리천 약수터 가는 길에

수리천 약수터 가는 길에 평범한 일상이다. 일인사업자에게 급할 것도 없고 서두를 것도 없다. 오전 아침 좌선을 마치고 길을 떠났다. 물을 뜨기 위해 수리산 수리천 약수터로 가고자 했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식물을 살폈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 한시간 좌선을 했다. 아침에 좌선을 하는 것은 이점이 있다. 일과가 시작되면 좌선하기 힘들다. 격정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감 주문이 있으면 마음 편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일이 다 끝나야 앉아 있을 수 있다. 오후가 되었을 때 앉아 있기가 더 힘들다. 마음은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향이 크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유튜브를 보다 보면 갖가지 것들을 접한다. 알고리즘이 유도해서 보기도 한다. 이..

진흙속의연꽃 2023.06.28

명상공간에서 한시간 앉아 있었는데

명상공간에서 한시간 앉아 있었는데 약속은 지켜야 한다. 온라인에서 약속한 것도 약속이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늘만큼은 한시간 좌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어제 약속을 지켰다. 하루 일과 중에 새벽시간이 소중하다. 그 다음은 아침이다. 마음이 오염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새벽같은 마음, 아침같은 마음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뉴스를 접하는 순간 깨진다. 뉴스를 보지 않는다. 작년 그날 이후로 일체 보지 않는다. 가게나 식당에 들어 갔을 때도 의도적으로 피한다. 뉴스를 접하면 격정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혼탁해지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흙탕물이 이는 것 같다. 뉴스를 보고 흥분했을 때 이념의 노예가 되기 쉽다. 주변에는 온갖 자극으로 가득하다. 특히 도시의 삶이 그..

수행기 202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