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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되기 보다는

시인이 되기 보다는 나는 매일 전쟁하고 있다. 삶과의 전쟁이다. 나 자신과의 전쟁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번 패한다. 매일 죽는 사람이다. 통제 되지 않는 욕망, 끓어 오르는 적개심은 나의 최대 적이다. 쉽게 싫증 내는 것도 내부의 적이다. 무엇보다 권태와의 싸움이다. 하품 했을 때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대의 첫 번째 군대는 욕망, 두 번째 군대는 혐오라 불리고, 그대의 세 번째 군대는 기갈, 네 번째 군대는 갈애라 불린다.”(Stn.436) “그대의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라 불리고,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위선과 고집이라 불린다.” (Stn.437) 일곱 악마의 군대가 있다. 악마라고 하여 무시무시한 형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번뇌가 악마이다. 탐욕이라는 ..

저 하늘 끝까지, 추억의 3•8휴게소에서

저 하늘 끝까지, 추억의 3•8휴게소에서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년시절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온통 산으로 둘러쌓인 시골에서 산 너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았다. 어쩌다 세상 밖으로 나간다.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새로운 땅이지만 하늘은 늘 똑같다. 흘러가는 구름도 똑같고 나무도 똑같다. 다만 지형은 달랐다. 사람 사는 모습도 달랐다. 우물안을 벗어나니 새로운 세상이 있었던 것이다. 저 길 끝나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스라이 길이 사라지는 곳에도 세상이 있을 것이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끝나는 곳 너머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다. 북으로 길을 달렸다. 좀처럼 북쪽으로 갈 일이 없다. 대부분 남쪽으로 간다. 북쪽이 가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휴전선 때문에 더 이상 올라갈 ..

진흙속의연꽃 202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