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385

무심할 것인가 사띠할 것인가?

무심할 것인가 사띠할 것인가?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기서 나는 인습적인 나, 관습적인 나, 세상에서 통용되는 나를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나는 누구인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 물질로서 나를 말한다. 부처님은 분별론자이다. 선종에서 가장 싫어하는 그 분별과는 다른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처님은 분석론자이다. 부처님은 왜 분석론자인가? 이는 부처님이 경전에서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부처님은 우리 몸을 정신과 물질로 분석해서 관찰했다는 사실이다. 오온, 십이처, 십팔계로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없다는 것을 알려면 나를 잘 관찰해야 한다. 어떻게 관찰하는가? 마하시사야도의 위빳사나 수행방법론에 이런 일화가 있다. (일화..

수행기 2023.05.29

남들 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일하기

남들 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일하기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54분이다. 잠을 자다 갈증이 나서 물을 마셨다.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었다. 더 잘 수 있다. 그러나 잠에서 깼으면 더 자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새벽, 좋은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이다. 나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좋은 시간을 잠으로 보낼 수 없다. 흙탕물이 정화되듯이, 명경지수처럼 맑은 마음이 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이 있다. 떠오르는 생각, 흘러가는 생각을 붙들어 매야 한다. 암송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매일 새벽에 암송하던 것이 어느 때인가 중단 되었다. 게을러서 일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오랜만에 암송을 해 보았다. 빠다나경을 처음부터 암송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처음 서너 게송만 생각날 뿐이다. 나머지 게..

수행기 2023.05.26

마음이 근심걱정으로 가득하다면

마음이 근심걱정으로 가득하다면 명학공원에서 고뇌하는 노인을 봤다. 산책 삼아, 운동 삼아 명학공원을 도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 두 번째 돌 때도 그 자세이고, 세 번째 돌 때 그 자세였다. 지팡이를 머리에 대고 고뇌에 찬 모습이다. 머리가 허옅게 센 팔십대의 모습이다. 어디가 아픈 것 같다. 홀로 된 독거노인일까? 신음 하듯이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눈을 감고 오래도록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록의 계절에, 생명의 계절에, 화창한 봄날에 괴로워 하는 사람을 보았다. 누구에겐가는 행복일 때 어떤 이에게는 괴로울 때가 있다. 몸에 병이 있거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 지배 했을 때 세상 사는 맛이 없을 것이다. 이럴 때 누가 보호해 줄까? ..

수행기 2023.05.24

갈 때는 간다고 분명히 아는 것에 대하여

갈 때는 간다고 분명히 아는 것에 대하여 아침에 도를 이루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이 있다. 법구경 에서는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백년을 사는 것보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Dhp.113)라고 했다. 진리를 알면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다. 진리를 알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경전을 읽다가 새겨두고 싶은 문구를 발견했을 때 뿌듯하다. 마음이 충만해 지는 것 같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다. 그가 아무리 많은 재물을 가졌어도 세상의 원리를 모른다면 조금 가진 것이 된다. 그가 비록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어도 경전 한 구절에 마음이 충만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것과 같다. 다음과 같은 문구에서도 한없는 마음의 충만을 느낀다...

수행기 2023.05.18

수행자가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되는 것

수행자가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되는 것 유튜브를 보면 연예인에 대한 것이 있다. 최근 사망한 개그맨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낚시성 제목에 현혹되어 들어가 본다. 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몰라도 되는 것이다. 머리맡에 디가나까야를 읽고 있다. 거의 다 읽어간다. 34경 중에서 33경 합송의 경을 읽고 있다. 법수별로 되어 있다. 네 번째 법수중에 사정근이 있다. 사정근은 교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악한 것은 쳐내고 선한 것은 증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를 네 가지 경우의 수로 구분하여 설명한 것이 사정근이다. 사정근은 알아야 할 것이다. 내용을 알면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몰라도 되는 가십과 다른 것이다. 이처럼 알아야 할 것은 새겨두고자 한다. 모든 학문은 외우는 것에..

수행기 2023.05.08

나는 존재에서 경외를 보노라

나는 존재에서 경외를 보노라 사무실에 기적이 일어났다. 양애깐이 올라 온 것이다. 그제 화분을 봤더니 양하(蘘荷)가 쑤욱 올라왔다.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양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함평에서는 양애깐이라고 한다. 부르는 대로 적은 것이다. 고향 큰집 뒤켠에 자생한다. 작년 6월 사촌모임 때 캐 온 것이다. 양하는 갈대처럼 생긴 것이다. 시골에서 가져온 양하를 화분에 심었다. 고향 흙에서 고향 식물이 가을까지 자랐다. 양하는 늦가을이 되자 시들해졌다. 혹시 내년에 싹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과 함께 물을 주었다. 마침내 마치 대나무 죽순처럼 쑤욱 싹이 나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 생명은 경이롭다. 없던 것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봄에 꽃이 피고 새싹이 나는 것을 보면 경이 그 ..

수행기 2023.04.26

봄비 내리는 아침에

봄비 내리는 아침에 비가 내린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했는데 밤새도록 내렸나 보다. 굵은 비는 아니다. 가는 비로 맞을 만하다.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오염된 공기로 인하여 오염물질이 침투할 수 있다. 작은 비라도 우산을 써야 한다. 요즘 날씨가 푸근해서 걸어서 일터에 간다. 이마트를 끼고 돌아서 비산사거리를 횡단한다. ‘꿈에 그린’ 아파트를 가로지르면 안양천이 나타난다. 안양에서 시작해서 안양천일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안양천은 저 멀리 수원 가까이 있는 산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간에서 학의천 등 여러 하천과 결합된다. 안양천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남서부를 가로 질러 한강에 이른다. 서울에서도 안양천이라는 이름이 통용된다. 안양천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 안양천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

수행기 2023.04.05

없었던 것이 생겨난 것에 대하여

없었던 것이 생겨난 것에 대하여 볼 때는 볼 때뿐이다. 들을 때는 들을 때뿐이다. 이 간단한 진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왜 볼 때는 볼 때뿐이고, 들을 때는 들을 때뿐이라고 했을까? 이는 위빠사나 수행관점에서 고찰해 보아야 한다. 그 동안 의문하던 것이 풀렸다. 그것은 “왜 볼 때는 볼 때뿐이고, 들을 때는 들을 때뿐이라고 했을까?”에 대한 것이다. 마하시사야도의 ‘위빳사나 수행방법론’을 보고서 비로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오염원 욕망이라는 이름의 오염원이 있다. 하루 한시라도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왜 그런가? 우리는 욕계중생이기 때문이다. 욕망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욕망의 세계에 살고 있다. 성냄이..

수행기 2023.04.01

동사형 명칭붙이기를 생활화하면

동사형 명칭붙이기를 생활화하면 차분한 토요일 아침이다. 글쓰기 좋은 시간이다. 이런 때는 인터넷을 보지 않는다. 책도 보지 않는다. 오로지 흰 여백만 대한다. 글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자판 치는 대로 쓰는 것이다. 책을 내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 어떤 목적이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글을 쓴다면 결혼을 전제로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요즘 책을 만들고 있더. 통산 89권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책을 내기 위해서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그날그날 의무적으로 매일 쓰다 보니 글이 축적되었고, 축적되다 보니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 책을 묶을 필요를 느꼈다. 글을 쓸 때는 먼 미래에 책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수행기 2023.03.25

존재지속심의 근거가 되는 경을 발견하고

존재지속심의 근거가 되는 경을 발견하고 새벽에 잠에서 깨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법정스님에 따르면 잠에서 깨면 일어나라고 했다. 잠에서 깨었음에도 계속 자려 한다면 게으름이 될 것이다. 새벽에 몸이 찌뿌둥 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의 방법이 있다. 암송하는 것이다. 앉아서 할 수도 있고 일어서서도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암송전과 암송후가 다르다는 것이다. 빠다나경을 암송했다. 한동안 암송하지 못했다. 마치 모임에 빠지기 시작하면 계속 빠지게 되듯이, 한번 암송하지 않게 되자 계속 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을 다 잡는데 암송만한 것이 없다. 경행을 하면서 빠다나경을 암송했다. 암송하고 나면 확실히 다른 상태가 됨을 느낀다. 집중이 된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행선이나 좌선을 ..

수행기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