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이 나를 속일지라도 행운목이 천정을 쳤다. 한번 커팅 했는데 그 자리에서 또 자라나 천정을 친 것이다. 행운목과 함께 또 다른 열대식물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각이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닐까?”라고. 사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식물도 역시 그 자리에 있다. 사물과 식물이 다른 점은 생명의 유무이다. 식물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라지만 눈치 채지 못한다. 어느 날 바라보면 상당히 자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움직이는 동물은 그 자리에 있지 않다.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움직이고는 있지만 사라져 소멸되어 버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