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2831

그대 앞에 행운이 있기를!

그대 앞에 행운이 있기를! 한국불교는 크게 잘못 되었다. 스님을 승보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삼귀의문에서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한다. 삼귀의는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에 귀의하는 것이다. 모두 부처님과 관련되어 있다.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과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승가공동체를 삼보라고 한다. 스님을 승보로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님은 부처님과 동급이 된다. 승가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스님들이 들어 갔을 때, 스님들은 부처님과 동급이 된다. 스님을 승보로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님이 스님에게 귀의하게 된다. 스님이 스님을 의지처, 귀의처, 피난처로 삼게 된다. 문중이 생겨나고 종단이 생겨나는 이유가 된다. 출가자나 재가자나 귀의해야 할 대상은 승가공동체이다. 스님을 승보로 보..

진흙속의연꽃 2023.07.16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이런 일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면 된다. 사워를 했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나면 가쁜하다. 새로운 기분이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몸을 청정하게 했다고 하여 마음까지 청정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하루일과를 시작할 때는 샤워를 한다. 집을 나섰다. 아파트 1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수도 없이 타본 것이다. 그 짧은 이동기간에도 스마트폰을 본다. 페이스북에서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한다. 아파트단지는 좁다. 가로 100미터에 세로 60미터 정도 되는 공간에 네 개의 동이 있다. 모두 25층의 층고를 가진다. 한동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좌우로 집이 있기 때문..

진흙속의연꽃 2023.07.16

상윳따니까야 읽기 시동을 걸고

상윳따니까야 읽기 시동을 걸고 상윳따니까야 읽기 시동을 걸었다. 오늘 새벽에 처음으로 경전을 열어 보았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에서 출간된 합본이다. 마치 바이블처럼 인조가죽케이스로 되어 있고 작크가 달려 있다. 더구나 종이 테두리에는 금칠이 되어 있어서 번쩍번쩍 하다. 상윳따니까야는 방대하다. 본래 일곱 권으로 된 경전이다. 이를 책장에 진열해 놓으면 두 뼘이 된다. 이런 경전을 한권에 압축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에센스만 모아 놓은 것은 아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주석까지 모두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두 단 칼럼에 폰트사이즈가 작다. 아주 얇은 종이로 하여 2,813페이지에 이른다. 합본화 한 것은? KPTS에서는 왜 합본화 작업을 했을까? 금요니까야모임 시간에 물어 보았다. 가장 큰..

진흙속의연꽃 2023.07.10

가족이 보아도 부끄러움 없는 글을

가족이 보아도 부끄러움 없는 글을 어떤이는 글 쓸 때 날씨를 전한다. 날씨가 춥다거나 더운 것을 전한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오늘 날씨 참 좋죠?"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이 전하는 날씨는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글 쓸 때마다 오늘 날씨 상황을 알려 주었을 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이는 자신의 상태를 전한다. 몸이 아프다고 말한다. 이런 글을 접했을 때 슬픈 생각이 든다. 그런 한편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유튜브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것은 처세학이다.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유도해서 본 것이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 것과 자신의 약점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처세술..

진흙속의연꽃 2023.07.08

이 거리 이 도시를 사랑한다, ‘안양애 도시의 기억과 풍경’ 전시회를 보고

이 거리 이 도시를 사랑한다, ‘안양애 도시의 기억과 풍경’ 전시회를 보고 이웃사촌이라 한다. 정 들면 고향이라 한다. 내가 현재 발 붙이고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다. 안양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안양아트센터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안양애(愛) 전시회이다. 안양사랑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정식명칭은 ‘안양애 도시의 기억과 풍경’이다. 문자 그대로 안양의 과거에 대한 사진전이다. 안양은 특별한 것도 없고 볼 것이 있는 것도 없다. 그저 수도가까이에 있는 수도권 도시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인구는 꽤 된다. 인구가 60만명이 넘는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안양은 안양시로 그치지 않는다. 안양권이라 하여 군포와 의왕을 합한다. 여기에 과천까지 합하면 안양권은 100만명이 넘는다. 수도권에 백만명이 넘는 도..

진흙속의연꽃 2023.07.07

최후의 시민군 김상집 선생의 ‘한없이 또렷한 기억전’을 보고

최후의 시민군 김상집 선생의 ‘한없이 또렷한 기억전’을 보고 최후의 파르티잔이라는 말이 있다. 작가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 나오는 단락 명칭이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죽거나 붙잡힌 자들의 이야기는 이후 다큐나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태의 남부군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태의 남부군을 읽은 것은 80년대 후반인 것 같다. 그때 당시 처음 출간되었을 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 나오는 최후의 파르티잔은 이태의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최후의 파르티잔은 이념 투쟁의 허무함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인 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십대 때 읽은 이태의 남부군은 계속 가슴에 남았다. 어쩌면 이 시대는 최후의 파르티잔을 요구하고 있을지 모른다...

진흙속의연꽃 2023.07.04

고향 빈집에 가면

고향 빈집에 가면 제사는 정성으로 지내는 것이라 한다.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허례허식을 배격하는 말이다. 억대의 제사도 지극한 마음에 미치지 못한다. 일년에 한번 고향을 찾는다. 조부모 제사가 있는 날이다. 조부는 어떤 분인지 모른다.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 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 많은 사촌형님은 기억에 선명할 것이다. 제사음식은 주문한다. 빈집에서 준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주문하면 갖가지 음식이 온다. 밥만 빼고 다 온다고 보면 된다. 이럴 때 '제사는 마음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다. 제사에는 내면의 제사도 있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내면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이 그랬다. 호흡도 일종의 내면의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 들숨은 제사상을 차리는..

진흙속의연꽃 2023.07.03

함평천지에 날이 밝으니

함평천지에 날이 밝으니 함평천지에 날이 밝았다. 새벽에 날이 새는 것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스름한 여명이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극적으로 바뀌었다. 천지가 개벽된 것이다. 누님 집 마을에는 교회가 있다. 언덕 위 높은 곳에 있다. 개활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첨탑은 높이 솟아 있다. 동네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촌 큰누님은 교회 다닌다. 매형 돌아가시고 홀로 된지 오륙년 되었다. 교회가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노인들만 남아 있는 시골에서 갈 곳은 교회밖에 없는 것 같다. 누님은 세례 받았다. 그런데 시골교회 목사는 “세례 받았어요?”라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자신이 세례 주고서 물어 본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잘 몰라서 그렇게 말 했을 것이다. 누님에게 물어 보..

진흙속의연꽃 2023.07.03

향토의 석양

향토의 석양 지금시각 3시 54분, 고향의 새벽이다. 고요함이 흐른다. 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새소리,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적멸이다. 바닥은 땅과 맞닿아 있다. 이렇게 대지와 가깝게 누워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다. 붕 떠서 산지 오래 되었다. 15층에서 누워 있는 것과 그라운드층에서 누워 있는 것은 다르다. 이제 30여분이 지나면 여명이 시작될 것이다. 어제 넘어간 해가 다시 떠 오를 것이다. 수없이 반복된 것이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도 있었다. 내가 가고 나서도 반복될 것이다. 여기는 함평이다. 사촌 누님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있다. 거실에는 선풍기도 에어콘도 없다. 열대야 없는 밤이다. 방에서는 나이 든 사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대지에는 땅의 기운이 있다. 땅에는 자기가 있..

진흙속의연꽃 2023.07.03

수리천 약수터 가는 길에

수리천 약수터 가는 길에 평범한 일상이다. 일인사업자에게 급할 것도 없고 서두를 것도 없다. 오전 아침 좌선을 마치고 길을 떠났다. 물을 뜨기 위해 수리산 수리천 약수터로 가고자 했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식물을 살폈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 한시간 좌선을 했다. 아침에 좌선을 하는 것은 이점이 있다. 일과가 시작되면 좌선하기 힘들다. 격정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감 주문이 있으면 마음 편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일이 다 끝나야 앉아 있을 수 있다. 오후가 되었을 때 앉아 있기가 더 힘들다. 마음은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향이 크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유튜브를 보다 보면 갖가지 것들을 접한다. 알고리즘이 유도해서 보기도 한다. 이..

진흙속의연꽃 202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