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침만 같아라 비 내리는 차분한 아침이다. 우산을 쓰고 길을 갔다. 폭우로 안양천에 내려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출입금지 줄까지 걸려 있다. 그러나 심한 정도는 아니다. 징검다리만 잠겼을 뿐이다. 무지개 다리를 통하여 하천을 건넜다. 언제나 그렇듯이 비 오는 날은 마음이 착 가라 앉는다. 흥분된 세상, 먼지로 가득한 세상을 가라앉게 하는 듯한 비이다. 어제는 무척 뜨거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질삐질 솟아 났다. 이런 때 비가 내리다니! 급시우라 하니 할 수 없다. 이렇게 하늘은 때가 되면 비를 내려 주는 것 같다. 비를 맞고 걸으면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다. 아마 그것은 대지가 청정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을 쓸어 가버리는데 마음의 찌꺼기도 씻어 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