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 47

임도(林道)를 따라 걸으니

임도(林道)를 따라 걸으니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새벽의 여명을 이대로 두고 볼 순 없다. 휴양림 영역 끝자락에 이르렀다. 넘어 가지 말라는 경고의 메세지가 보였다. 휴양림에서 늘 보던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마치 월담하듯이 가볍게 바리케이트를 넘었다. 차 하나 다닐 정도의 비포장 임도(林道)를 따라 올라갔다. 봉미산 가는 길이다. 오전 5시 반, 날은 벌써 훤하게 밝았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모든 것이 선명하다. 진한 초록이 절정이다. 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숲이다. 새벽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마스크를 벗었다.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리고 개울 소리는 요란하다. 누군가를 만나도 겁나지 않을 시간이다. 조금 있으면 찬란한 태양이 떠 오를 ..

국내여행 2021.07.17

잠못이룬 산골짝 오두막에서

잠못이룬 산골짝 오두막에서 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늘 차소리만 듣고 살다가 완벽한 진공에 있는 것 같다. 잠못 드는 산골짝의 새벽이다. 좀 있으면 여명이 밝아 올 것이다. 검은 하늘 한켠이 터지면서 태고적 신령한 붉은 기운이 감돌 것이다. 나무들은 깨어나고 산도 깨어 날 것이다. 늘 이 자리에 있었던 땅도 깨어날 것이다. 나는 지나가는 나그네이다. 산골짝 이 집에 잠시 머물다 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 것이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 갖가지 인생들이 거쳐 간 집이다. 이 집에 어떤 사람들이 머물렀는지 알 수 없다. 내것이 아니기에 나도 머물다 간다. 비록 하루 밤에 지나지 않지만 잠시 내것이다. 오늘 오후가 되면 또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내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나..

진흙속의연꽃 2021.07.17

양평 숲속의 집에서

양평 숲속의 집에서 산음자연휴양림, 이름도 생소하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립휴양림 42곳 중의 하나이다. 양평군 단월면에 위치해 있다. 휴양림 가는 것이 이제 익숙하다. 지난 봄 5월에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 보냈다. 2개월 만에 또다시 국립휴양림에 있게 되었다. 금요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떠났다. 원맨컴퍼니를 가진 자의 자유이다. 내륙 깊숙히 들어 갔다. 안양에서 휴양림까지는 100키로 두 시간 걸렸다. 해발 856미터 봉미산이 있는 곳이다. 이용료는 1박2일에 7만3천원이다. 휴양림 가는 재미가 있다. 별장은 없지만 별장에서 지내는 것 같다. 하루밤 자고 오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숲속에 집에 있는 순간만큼은 내것이나 다름 없다. 한때 사람들은 콘도미니엄 가지는 것을 자랑했다. 그러나 콘도보다 휴양..

국내여행 2021.07.17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하라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다. 풀리는 문제도 있고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미결인 채로 남아 있다. 나는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고향 다녀 온지 두 주 되었다. 제사모임이 사촌모임이 된 지 오래 되었다. 제사가 끝난 후 성찬이 이루어진다. 비록 주문한 제사상이긴 하지만 갖가지 맛 있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찬 음식이다. 음식은 데워 먹어야 맛이 난다. 찬 음식을 먹으려고 하니 맛이 나지 않았다. 백부 큰누님 집에서 불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빈 집에는 불이 없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피디(PD)출신 형님이 있다. 갑자기 불을 만들겠다고 했다. 마당 한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시설을 발견한 것이다. 재료..

한반도 왜(倭)를 한반도 ‘예’라고 부르면 어떨까?

한반도 왜(倭)를 한반도 ‘예’라고 부르면 어떨까? 고향마을에 가면 거대한 고분이 있다. 길이가 무려 50미터가 된다. 고분의 형태를 보면 봉우리가 두 개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장고봉’이라고 했다고 한다. 마치 산처럼 생긴 거대한 고분이 고향마을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예전에는 이런 고분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작은 동산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고분이 발굴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매년 고향에 가면 고향마을에 있는 고분에 대하여 함평 예덕리 고분군이라고 한다. 길이가 50미터나 되는 장고형 구분을 ‘신덕고분’이라고 한다. 신덕고분 바로 아래에는 긴 사다리꼴의 고분이 여러 개 있다. 매년 한번 고향에 가면 둘러보는 곳이다. 고향마을에 왜 이렇게 거대한 고분군이..

강연회 2021.07.15

타인의 성공과 번영에 기뻐할 줄 알아야

타인의 성공과 번영에 기뻐할 줄 알아야 사무량심 중에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무디따(mudita)일 것이다. 기쁨이라고 한다. 또 다른 번역으로 '함께 기뻐함'이다. 타인의 성공과 번영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마음이다. 무디따가 왜 힘든 것일까? 그것은 우리 마음 구조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탐, 진, 치의 존재이다. 탐욕과 분노와 미혹에 뿌리박은 마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탐, 진, 치로 살아간다. 사무량심의 마음이 있을 수 없다. 무탐, 무진, 무치를 조건으로 태어 나는 사람도 있다. 전생에 수행했던 사람들이다. 전생에 수행자였던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탐, 무진, 무치의 수행을 했기 때문에 다음 생에 이와 같은 세 가지 원인을 조건으로 해서 태어난다. 아비담마와 청정도론에 있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

하루하루 완전연소하는 삶을

하루하루 완전연소하는 삶을 한일상사에 인쇄와 제본 의뢰한 책을 찾아왔다. 세 종류의 책으로 각 종류당 두 질로 총 여섯 권이다. 모두 12만원 들었다. 한권에 2만원 꼴이다. 주문 제작한 책도 일종의 상품이다. 그런데 기존 책과는 달리 높이가 맞지 않는다. 기존 책보다 5미리가 낮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 대신 다음 번에는 꼭 높이를 맞추어 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렇게 해 놓지 않으면 다음 번에도 실수할 지 모른다. 대답을 받아 놓았기 때문에 다음번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수령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책을 만들면서 나에게 집착이 생겨 난 것임을 알았다. 책의 수량이 많아짐에 따라 애착이 생겨난 것이다. 높이에 집착한 것을 보니 알 수 있을 것..

책만들기 2021.07.14

호랑가시나무에서 고향을

호랑가시나무에서 고향을 호랑가시나무,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고향사람들에게는 정겨운 나무이다. 나에게는 고향나무라고 볼 수 있다. 10일전 고향에 다녀왔다. 조부모와 백부모제사를 합동으로 지내기로 해서 간 것이다. 2012년 이후 해마다 6월이나 7월에 지내고 있다. 함평본가는 유년기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2012년 놀랍게도 유년기 때 보았던 호랑가시나무를 발견했다. 빈집에 천연기념물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를 가나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고향 간 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2012년 처음 발견한 호랑가시나무에 대해서도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기록을 남겼다.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뒤켠에서 매우 희귀한 나무를 발견 하였다. 호랑가시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가 왜 이곳에 있을까..

진흙속의연꽃 2021.07.14

만원짜리 한장으로 손 맛을

만원짜리 한장으로 손 맛을 가판마트에서 채소를 샀다. 양배추 큰 것 한통에 2천원, 대파 한단에 5백원, 찰토마토 12개에 3천원, 양파 큰 것으로 9개에 3천원, 애호박 3개에 천원이다. 모두 합하여 9,500원 들었다. 가판 마트는 비산사거리 이마트 맞은 편에 있다. 채소와 과일만 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시간에만 장이 열린다. 가격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요즘 채소철이다. 갖가지 채소가 쏟아져 나온다. 동시에 가격도 대폭 내려갔다. 대파 한단에 5백원이다. 지난 겨울에는 4,500원 하던 것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먹을 만해서 찾아온다. 정보를 아는 사람들이 단골처럼 찾아온다. 낮에는 줄을 설 정도이다. 대형마트가 코 앞에 있어도 장사가 잘 ..

음식절제 2021.07.13

"삶이 지겹지도 않으세요?" 빤냐와로 스님의 윤회법문

“삶이 지겹지도 않으세요?” 빤냐와로 스님의 윤회법문 어제 자기전에 유튜브로 법문을 들었다. 빤냐와로 스님법문(https://youtu.be/5HL4fPcoU5k )이다. 유튜브가 자동 연결해 준 것이다. 빤냐와로 스님 법문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린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감히 이 시대 최고 법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빤냐와로 스님은 한국테라와다불교 스님이다. 헌국에서 출가했지만 태국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승랍 30여년 된 마하테로(大長老) 스님이다. 나이는 나와 같지만 나이로 따질 수 없다. 육체적 연령보다 정신적 연령이 우선이다. 법문을 들어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유튜브에서 수많은 법문을 듣는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전달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

담마와나선원 202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