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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재 사립문을 밀치니

이불재 사립문을 밀치니 나에게 지금 세 권의 책이 있다. 정찬주 작가의 아소까대왕이다. 올해 나온 장편 대하소설이다. 어떻게 인도의 왕에 대한 전기적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7월 1일 새벽에 집을 나섰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세수를 하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때가 4시 22분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막힐 수 있다. 최대한 일찍 떠나기로 했다. 네비 목적지는 전남 화순 쌍봉사이다. 네비에는 358키로 3시간 48분이 찍혔다. 실질적인 목적지는 이불재이다. 정찬주 작가가 사는 집이다. 차는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서해안고속도로는 피했다. 지난달 천장사 갈 때 서해대교 전까지 무려 4시간 걸린 기억이 있다. 토요일 오전 6시에 출발 했음에도 거의 서 있다시피 했다. 이번에는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

고향 빈집에 가면

고향 빈집에 가면 제사는 정성으로 지내는 것이라 한다.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허례허식을 배격하는 말이다. 억대의 제사도 지극한 마음에 미치지 못한다. 일년에 한번 고향을 찾는다. 조부모 제사가 있는 날이다. 조부는 어떤 분인지 모른다.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 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 많은 사촌형님은 기억에 선명할 것이다. 제사음식은 주문한다. 빈집에서 준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주문하면 갖가지 음식이 온다. 밥만 빼고 다 온다고 보면 된다. 이럴 때 '제사는 마음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다. 제사에는 내면의 제사도 있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내면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이 그랬다. 호흡도 일종의 내면의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 들숨은 제사상을 차리는..

진흙속의연꽃 2023.07.03

함평천지에 날이 밝으니

함평천지에 날이 밝으니 함평천지에 날이 밝았다. 새벽에 날이 새는 것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스름한 여명이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극적으로 바뀌었다. 천지가 개벽된 것이다. 누님 집 마을에는 교회가 있다. 언덕 위 높은 곳에 있다. 개활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첨탑은 높이 솟아 있다. 동네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촌 큰누님은 교회 다닌다. 매형 돌아가시고 홀로 된지 오륙년 되었다. 교회가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노인들만 남아 있는 시골에서 갈 곳은 교회밖에 없는 것 같다. 누님은 세례 받았다. 그런데 시골교회 목사는 “세례 받았어요?”라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자신이 세례 주고서 물어 본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잘 몰라서 그렇게 말 했을 것이다. 누님에게 물어 보..

진흙속의연꽃 2023.07.03

향토의 석양

향토의 석양 지금시각 3시 54분, 고향의 새벽이다. 고요함이 흐른다. 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새소리,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적멸이다. 바닥은 땅과 맞닿아 있다. 이렇게 대지와 가깝게 누워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다. 붕 떠서 산지 오래 되었다. 15층에서 누워 있는 것과 그라운드층에서 누워 있는 것은 다르다. 이제 30여분이 지나면 여명이 시작될 것이다. 어제 넘어간 해가 다시 떠 오를 것이다. 수없이 반복된 것이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도 있었다. 내가 가고 나서도 반복될 것이다. 여기는 함평이다. 사촌 누님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있다. 거실에는 선풍기도 에어콘도 없다. 열대야 없는 밤이다. 방에서는 나이 든 사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대지에는 땅의 기운이 있다. 땅에는 자기가 있..

진흙속의연꽃 202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