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 58

대봉이 익어 간다

대봉이 익어 간다 올해 처음 대봉을 먹었다. 말랑말랑하게 잘 익었다. 얇은 껍질을 벗겨내자 보드라운 살결이 나왔다. 조금이라도 힘을 가하면 뭉게질 것 같다. 조심스럽게 잘라 입에 넣어 본다. 물컹한 것이 어느 과일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것이다. 귀한 열대과일이 이만할까? 대봉이 익어간다. 박스 가득 담긴 대봉이 시차를 두고 익고 있다. 어느 것은 완전히 익었고, 어느 것은 중간단계이고, 또 어느 것은 딱딱하다. 너무 익으면 터져 버린다. 익은 순서대로 먹어야 한다. 오늘 스타트를 끊었다. "있을 때 줏어 먹어라!" 회사 다닐 때 사업부장이 한 말이다. 무역회사 상사에서 온 이사는 영업감각이 탁월했다. 입사해서 오로지 해외영업만 해 왔는데 제조회사 사업부장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사업부장은 늘 타이밍을 강조했..

진흙속의연꽃 2021.11.16

나도 전설이 될 수 있을까? 조정래문학관에서

나도 전설이 될 수 있을까? 조정래문학관에서 마치 칠팔십년대를 풍경을 보는 듯하다.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니다. 비좁아 보이는 곳에 집이 밀집되어 있고 난개발 된 듯하다. 전반적으로 궁핍해 보인다. 벌교읍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이 그랬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우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파트에서 안락한 삶을 사는 자는 다른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물 밖에는 또다른 세상이 있다. 더 멋지고 근사한 세상도 있지만 비참하고 죽지 못해 사는 세상도 있다. 세상은 반드시 물질적 세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세계도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세 가지 세상을 말했다. 오까사로까(空間界), 상카라로까(形成界), 삿따로까(衆生界)를 말한다. 나는 이 세 가지 세계에서 살고 있다. 낙안민속휴양림에서..

국내여행 2021.11.16

나는 진상고객인가?

나는 진상고객인가? 구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주차금지 위반에 대한 것이다. 내용을 보니 "주정차위반 과태료 의견진술 심의결과 부결되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다시 찾아가야 할까? 난동부리듯 큰 소리 쳐야 할까? 일주일 전에 구청에 찾아 갔었다. 주정차위반 범칙금에 대한 것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도색공사로 인하여 어쩔수없이 밖에 세웠다. 아파트 이면도로에 주차해 놓은 것이다. 입주민들 절반 이상 그렇게 주차해 놓았다. 엄밀히 따지면 모두 주정차 위반으로 딱지감이다. 그럼에도 내차만 콕집어서 딱지를 뗀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아마 독립주차해 놓은 것이 큰 이유 같다. 이면도로에 차를 댈 데가 없어서 거리가 약간 떨어진 곳에 나홀로 주차했었는데 이것이 카파라치의 타겟이 되었을 ..

진흙속의연꽃 2021.11.15

불일암에 앉아서

불일암에 앉아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 무소유는 지족이라고. 불일암 가는 길에 이정표 팻말이 말해 주었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글은 법정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에 실린 글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왜 그런가? 법구경에서도 보았기 때문이다. 법구경에서 "어떠한 것이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Dhp.331)라고 했다. 이 말은 법정스님이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소욕지족의 삶을 말한다. 욕심을 줄이면 소유와 관계없이 행복해진다. 행복지수공식은 소유 나누기 욕심이기 때문이다. 분모인 욕심이 많..

휴양림 산책길에서

휴양림 산책길에서 마치 양탄자를 밟는 것 같다. 솜이불 밟는 것 같기도 하다. 휴양림 산책길은 온통 푹신한 낙엽으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노란 소나무 낙엽은 품위를 한껏 높여 주는 것 같다. 휴양림의 아침이다. 아침 시간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새벽공기는 천만금 보다 소중한 것이다. 통나무집 밖으로 나오니 저 아래 낙안읍이 새벽안개에 쌓여 있다. 도시와는 뚝 떨어진 외딴 곳 오두막집은 도시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루 활력을 주는 충전소와 같다. 어느 휴양림이든지 산책길이 있다. 동쪽 산에서는 태양이 떠오르고 반대쪽 산에는 태양빛으로 초목이 빛이 난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단풍이 매혹적이다. 휴양림 숙소 도로에는 이제 단풍이 절정이다. 그러나 인공에 지나지 않는다. 늘 ..

국내여행 2021.11.15

통나무집 다락방에서

통나무집 다락방에서 지금은 몇 시일까? 완벽한 어둠과 고요속에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좀 더 누워 있어야 할까 일어나야 할까? 새벽 1시나 2시대라면 난감하다. 깊은 잠은 아니지만 잘 만큼 잤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밀려온다. 날 샐 때까지 게으름 필 수 없다. 늘 하던 대로 새벽 글쓰기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보았더니 4시 43분이다. 딱 적당한 시간이다. 아래층에 내려갔다.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물을 끓여야 한다. 차는 준비되어 있다. 어제 선암사 야생차체험관에서 마시다 남은 것을 가져왔다. 물을 끓인 주전자와 컵과 차를 들고 다락방에 올라왔다. 어느 차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이 지역에서 나는 차일 것이다. 차를 조금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소주잔에 잘 우려 나온 찻물을 부었다. 소..

국내여행 2021.11.15

선암사에서 차 한잔 안마시면 서운하겠네

선암사에서 차 한잔 안마시면 서운하겠네 “선암사 와서 뒷간 일 안봤다면 안온거나 다름없습니다." 문화재 해설사가 한 말이다. 관람을 마치고 하산길에 들었다. 올라 갈 때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 내려와서 들은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올라가서 일을 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했다. 오늘 아침 선암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네비에는 313키로 4시간 5분이 찍혔다. 실제로 6시간 걸렸다. 막바지 단풍인파가 몰린 것 같다. 방역지침이 완화된 요인도 있을 것이다. 정안알밤휴게소 화장실에는 긴 줄이 형성되었다. 선암사는 올해 3월에 와 봤었다. 그때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보았다. 다음에 오면 자세히 보리라고 마음먹었다. 오늘 인연이 되어서 마침내 다시 오게 되었다. 낙안민속자연휴양림 가는 길에 들른 것..

사띠는 아무리 강조해도

사띠는 아무리 강조해도 글쓰기와 게송암송, 그리고 좌선은 일상이다. 하루라도 빼먹으면 허무가 엄습한다. 감각의 노예가 되기 쉽다.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글쓰기는 의무적이다. 매일 장문의 글을 쓴다. 요즘에는 편안한 자세로 엄지로 쓴다. 생각한 것을 엄지로 치다 보면 화면에 팍팍 꼽힌다. 두 시간가량 몰입하다 보면 A4로 세 쪽 분량의 글이 완성된다. 페이스북에 먼저 공유하고 동시에 블로그에도 올린다. 블로그는 나의 글 창고와도 같다. 어느 글이든지 한번 써 놓으면 버리지 않는다. 나의 삶의 역사가 담겨 있다. 나중에 글을 모아 엮으면 책이 된다. 현재 과거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일거리를 만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고 가치 있는 일거리이다.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은 ..

수행기 2021.11.12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사회적 실천, 식당순례 31 두루치기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사회적 실천, 식당순례 31 두루치기 오늘 점심은 정해져 있다. 어디서 먹을 것인지 결정한 것이다. 그곳은 철길 옆 도로변에 있는 두루치기전문점이다. 지난 수년동안 지나다니면서 보았는데 들어가 보지 않았다. 식당이름은 ‘원조생고기 두루치기(전문점)’이다. 원조라는 말과 전문점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온다.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식당 앞을 보면 청결한 것 같지 않다. 커다란 고무다라와 청소도구 등 잡동사니가 입구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의 삼요소는 맛, 청결, 서비스이다. 맛으로 승부한다면 청결이나 서비스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맛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청결이다. 식당 앞에 청소도구가 잔뜩 쌓여 있다면 들어 가려다 발길을 돌릴지 모른다. 두루치기는 끌리는 메뉴는..

음식절제 2021.11.11

잠들기 전에 성찰하는 시간을

잠들기 전에 성찰하는 시간을 새벽 세 시대에 눈이 떠진다. 더 잘수도 있지만 내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새벽시간은 성찰하기 좋은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왜 새벽에 성찰하기 좋을까? 그것은 자신과 대면하기 때문이다. 일과가 시작되면 대상에 마음에 가 있게 되지만, 새벽에는 자신에게 마음이 향한다. 그래서 어제 일에 대해서 떠 올려 본다.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행위가 성찰대상이 된다. 성찰과 유사한 말이 있다. 살핌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흔히 "자신의 행위를 살펴라."라고 말한다. 이때 살핌은 현재의 의미가 강하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행위를 보는 것이다. 사띠의 뜻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사띠와 살핌, 성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모두 자신의 행위와 관련이 있다. 사띠..

담마의 거울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