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외면하는 미학(美學)은 일요일 아침 일터에 가는 길에 낙엽이 뒹군다. 플라터너스 넓적한 잎파리가 인도에 수북하다. 마치 시체를 보는 것 같다. 누가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고 했는가? 누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좋다고 했는가? 누가 낙엽을 인플레이션 지폐와 같다고 했는가? 그날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낙엽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플라터너스 낙엽은 푸대자루에 담겨 있다.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 있다. 생명기능이 끝난 사체자루를 보는 것 같다. 병원 복도에서 흰푸대자루에 담겨 널부러져 있는 수십구의 사체자루를 보는 것 같다. 왜 찔렀지? 왜 쏘았지? 오월 광주의 그날이 오면 대학생들은 그렇게 외쳤다.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러나 왜 찔렀는지, 왜 쏘았는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는지 밝혀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