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46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세 가지 세계가 있다. 짝까발라로까, 삿따로까, 상카라로까를 말한다. 각각 공간계, 중생계, 조건계라고 말한다. 나는 세 가지 종류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먼저 눈에 보이는 세계, 기세간에서 나는 살고 있다. 이 세계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이고, 내가 눈을 감아도 계속될 것이다. 이를 짝까발라로까, 공간계라고 말한다. 경에서는 "여래는 세상에서 태어나 세상에서 성장한다."(A4.36)라고 표현되어 있다. 세상은 공간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부처님은 중생계도 있고 조건계도 있다고 말씀 하셨다. 삿따로까, 즉 중생계란 무엇일까? 이는 꽃의 경에서 알 수 있다. 부처님은 경에서 “수행승들이여, 나는 세상과 싸우지 ..

진흙속의연꽃 2022.03.13

현자들은 슬퍼하지 않는다

현자들은 슬퍼하지 않는다 자아와 동일시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혈육일 것이다. 자신의 자식에 대하여 내아들 또는 내딸이라고 하는 것은 자식을 자아와 동일시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 자식이 사라졌다면 어떤 마음이 들어 갈까? 2월 두 번째 금요니까야모임에서 세 번째로 합송한 경은 난다마따에 대한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난다마따라는 재가의 여인이 아들을 잃었을 때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교재에서는 ‘재가의 여신도에게 일어난 놀라운 기적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난다마따의 경(Nandamātāsutta)’(A7.53)으로 되어 있다. 부처님 당시에 암송되었던 숫따니빠따 난다마따의 경은 꽤 긴 길이의 경이다. 경의 초반부에 하나의 경을 암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허전하고 텅 빈 마음에

허전하고 텅 빈 마음에 오늘 아침 올린 글이 위로가 되었나 보다. 페이스북 댓글에 '위로의 글 감사하다'는 글이 많다. 허전하고 텅 빈 마음에 무언가 채워 넣어야 했는데 딱 맞아 떨어진 모양이다. 허전한 마음은 꽤 오래 갈 것이다. 일단 매스콤을 차단해야 한다. 당분간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한다.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부처님은 원한 맺힌 자에게는 "그 사람에 대하여 새김을 놓아버리고 정신활동을 기울이지 않는다."(A5.161)라고 했다. 뉴스를 보면 그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들을 보면 볼수록 혐오와 증오가 일어난다. 이럴 때는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 대하여 기억을 하지 않고 ‘정신활동을 기울이지 않는 것(asatiamanasikāra)’이다. 한마디로 그 사람들에 대해서 신..

불가근불가원 2022.03.10

비법이 득세한 세상에서

비법이 득세한 세상에서 참으로 아쉬운 밤이었다.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담마아닌 것이 담마를 이겼다고 할지 모른다. 비법이 득세한 세상이 된 것이다. 근소한 표차이로 지긴 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모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 마치 전투하듯이 전쟁아닌 전쟁을 치루었다. 진보적 가치, 민주적 이념이 끝까지 할 것 같았지만 다수결이라는 원칙에 무참히 깨졌다. 한국에 보수와 진보는 있기나 한 것일까? 진정한 진보도 진정한 보수도 없다. 계급과 지역만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무능력자도 대통령을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있다. 모든 면에 있어서 한국은 역동적이라는 말이다. 선거로 세상을 바꾸는데 있어서 ..

불가근불가원 2022.03.10

글로서 밭 갈았다

글로서 밭 갈았다 평온한 일터의 아침이다. 대선 선거날 아침이기도 하다. 선거를 마치고 원두카피를 내려 마시며 있다. 원두향 가득한 절구커피를 말한다. 절구질해서 만든 것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일까 맛이 난다. 오늘 2022년 3월 9일 8시에 투표했다. 안양 비산2동 롯데케슬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것이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누구에게 투표할까? 이럴 때 유권자의 한표는 무섭다. 이번에 이재명에게 한표 주었다. 이재명을 주목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작년 민주당경선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알았다. 사이다성 발언을 하는 지자체장 정도로 알았다. 하나 더 있다. 그것은 2019년 서초동 촛불 때 이재명 구명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알았다. 이재명 구..

불가근불가원 2022.03.09

괴로움의 끝을 보지 않고서는

괴로움의 끝을 보지 않고서는 무언가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현재 나에게는 게송외우기가 최상이다. 게송외우기를 하면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오늘 새벽에는 빠나나경 11개 게송을 두 차례에 걸쳐 암송했다. 한번 암송하는데 20분 가량 걸린다. 빠알리 게송의 뜻과 의미를 새기면서 천천히 암송하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에 암송하다 보니 11게송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박힌다. 처음에는 희미했으나 날이 갈수록 또렸해지는 것 같다. 빠알리게송을 암송하고 나면 상쾌하다. 해낸 것에 대한 성취감이 크다. 충만감은 부수적으로 따라 온다. 애써 외운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빠다나경은 모두 25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득하고 먼 길을 가는 것..

경전암송 2022.03.09

수행자의 성(性) 정체성에 대하여

수행자의 성(性) 정체성에 대하여 깨달은 사람에게는 특징이 있다. 초기경전에서는 32상으로 설명되어 있다. 외모로 표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깨달은 사람은 성(性)이 있을까? 남성성이나 여성성과 같은 개념이 있는 것일까? 2월 두 번째 금요니까야모임에서 두 번째로 합송한 경이 있다. 이는 교재 ‘생활속의 명상수행’에서는 ‘여인의 여성성과 남성의 남성성을 뛰어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결박과 결박의 여읨에 대한 법문의 경(Saṃyogasutta)’(A7.51)라고 되어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명한 경 경에서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와 같은 경에 대하여 전재성 선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명한 경이라고 했다. 초기경전에서만 볼 ..

내가 게송 외우기 하는 것은

내가 게송 외우기 하는 것은 흔히 사구게 하면 한자사구게가 연상된다. 금강경 사구게가 대표적이다. 네 글자로 된 사행의 시를 말한다. 사구게라 하여 한자사구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빠알리어에도 사구게가 있다. 빠알리 경전을 열어 보면 수많은 시가 있는데 사구 형식으로 되어 있다. 법구경이 대표적이다. 사구게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무상게일 것이다. 천도재 할 때 반드시 독송된다. 이는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이라는 짧은 게송이다. 무상게는 부처님 가르침을 잘 압축해 놓은 것이다. 생겨난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것에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생멸이 그쳤을 때 그것이 최상의 행복임을 말한다. 무상게에서는 생멸이 두 번 나온다. 앞 생멸은 제행무상..

경전암송 2022.03.07

김치 가지러 가는 날에

김치 가지러 가는 날에 오늘은 김치 가지러 가는 날이다.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른 네 해 동안 늘 있는 일이다. 때로 무거운 김치를 전철로 가져다주기도 했다. 장모님은 퍼 주는데 있어서 아낌없는 것 같다. 남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두세 달에 한번은 김치 가지러 간다. 창동에 있는 장모댁로 간다. 지금은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양가 네 분에 중에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사람들은 주는데 인색하다. 나자신부터 그렇다. 가족에게 주는 것도 인색하다. 심지어 자신에게도 인색하다. 그래서 자타카에서는 인색한 자에 대하여 "그는 이러한 재물을 얻고도 자신을 위해 쓰지도 않고 남을 위해서도 보시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재산가는 어느 정도로 인색했을까? 이에 대하여 자타카에서는 최..

진흙속의연꽃 2022.03.06

쓰레기장에서 건진 행운목 도자기화분

쓰레기장에서 건진 행운목 도자기화분 신입사원시절에 일본어를 배웠다. 80년대 딱 중간되는 해의 일이다. 전자회사였기 때문에 일본기술 의존도가 높았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면 반도체 데이터북을 보기도 힘들었고 일본기술서적도 보기 힘들었다. 이런 이유로 회사에서는 일본어 강좌를 개설했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일본어가 있다. 그것은 ‘호리다시모노’라는 말이다. 이 말은 중고품 가게나 고물상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을 때를 지칭하는 말이다. 요즘말로 ‘득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것은 무어라고 해야 할까? 오늘 오전 아파트단지 지하주자장 들어가는 길에 하나의 장면을 목격했다. 어떤 사람 둘이서 대형화분을 쓰레기장에 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장면을 목격하자 머리가 비상하게 ..

진흙속의연꽃 2022.03.05